"유방암 치료, 긴장의 끈 놓지 말아야" 오은서 2020.08.03 11:15



 '유방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유방암은 ‘겨울잠’을 자는 암이다. 암을 치료했다고 생각해도 20년이 지나고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방암은 다른 종류보다 관찰하는 기간이 훨씬 길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행히 유방암은 의료 기술 발전과 획기적인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생존율과 치료율이 점차 늘고 있다. 잘 관리만 하면 유방암 환자가 아니라 여겨질 정도로 일상에 아무런 무리가 없을 정도다. 계속해서 치료 환경이 나아지고 있지만,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는 유방암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Q.유방암 발생률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이유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호발하는 5대암 중 유방암을 제외한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의 경우 발생률은 높지만, 조기검진 활성화 등으로 인해 2011년 이후부터 발생이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방암 발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죠. 유방암은 한국인 호발암 중에서도 암 발생 평균연령이 낮은 편인데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생활습관이 변화는 점과 40세 이후 유방암 조기검진 등으로 인해 발견 빈도가 높아졌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 여성 인구 10만명 당 25~26명 수준이었는데, 2016년에 인구 10만명 당 60명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Q.생활습관 변화라고 하시면, 비만과도 연관이 있는지.

-서양에서는 비만율 증가가 유방암 발생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렇다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현재는 40세 이후의 연령에서 조기검진 활성화로 인해 발견 빈도가 늘어났다는 것 외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Q.유방암 발생 평균연령이 낮다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입니까?

-미국에서는 유방암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라면 미국은 유방암 발생 평균연령이 65세 이후로, 수명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발생 연령이 40대 중후반으로 사회생활 등이 가장 왕성할 시기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생활습관 변화와 40세 이후 유방암 조기검진 등으로 인해 유방암은 발견 빈도가 높아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Q.전이성 유방암과 진행성 유방암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전이성이냐 진행성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같은 유방암이라 해도 진행병기에 따른 기수보다는 ‘종류’가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합니다. 다른 고형암과 유방암의 치료법이 다르듯, 유방암 세부 종류가 다르면 치료법도 달라집니다.

진행성 유방암이란, 유방암이 발생 부위를 넘어 주변 임파선 및 장기를 침투한 경우를 나타냅니다. 전이성 유방암이란 유방암이 진행되어 원격 전이가 나타난 4기 암을 말하며, 주로 뼈, 폐, 늑막, 간, 머리(뇌)에 전이된 경우입니다. 4기라는 용어 역시 말기의 의미라고만은 볼 순 없는데요. 4기 유방암으로 진단받고도 15년~20년 가량 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Q.유방암은 약 5-10년 정도가 지나도 재발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방암은 5년이 지나도 완치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데, 이는 완치율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치료 후 20년이 지나도 재발하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유방암이 겨울잠을 자는 ‘비활동상태’로 숨어있는 셈이죠.

유방암의 완치율은 오히려 다른 암 보다 높은 편이지만, 비활동상태였다가 다른 장기에서 새로운 암이 원격 전이돼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적관찰 기간을 오래 두고 보는 것입니다. 위암의 경우, 수술 5년 후 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면 이는 위암이 전이됐다기 보다는 간암이 새로 발생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Q.유방암 치료는 완치보다 삶의 질과 생명 연장을 목표로 한다는데요.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목표는 생존율 연장에 기여하는 것, 즉 환자가 더 오래 살면서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당뇨병을 치료할 때, 혈당을 조절함으로써 합병증 위험을 줄이며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유방암의 경우 4기 진단 시 평균 생존기간이 3년인데요.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기간은 환자에 따라 1년이 되거나 15년이 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다른 전이성 암이나 질환보다 생존기간이 긴 편입니다.

Q.유방암 중 가장 생존율이 낮은 유형은 어떤 것인가요.

-삼중음성유방암입니다. 최근 치료의 예후가 가장 좋은 타입은 유방암 중 약 20%를 차지하는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유형은 호르몬수용체 양성/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유방암입니다.

새로운 약제의 전체 생존 기간을 이야기할 때, 기존 치료법을 사용했던 사람들보다 약 1년 안팎으로 전체 생존 기간을 연장했다고 하면 그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생존 기간은 치료방법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는데요. 치료를 어떻게 받느냐가 암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 연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완치가 가능한 조기 유방암 환자라면 조기부터 최대한 완치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환자가 오랜 기간 생존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Q.전이성 유방암 치료 목표는 어떻게 설정하나요.

-같은 약제로 무진행생존기간(병이 악화되지 않고 지내는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첫 단추입니다.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세포 독성 항암제는 전신 부작용이 심해 오랜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세포 독성 항암제 사용 시에는 객관적 독성 평가를 통해서, 부작용 등급이 2등급 또는 3등급이 되면(골수기능 저하, 신경독성 발생 등의 부작용) 쉬는 기간(방학 기간)을 가집니다.

지금까지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을 이어가면서, 세포 독성 항암제 투여를 지연하는 기간(방학기간)을 최대한 오래 갖게 만드는 것이 종양내과 의사의 목표였습니다. 호르몬수용체 양성/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유방암에서는 비교적 적은 위험으로 꾸준히 투약할 수 있는 호르몬 요법은 장기간 사용됐지만, 치료를 지속할 경우 내성이 생겨 세포 독성 항암제로 변경해야 헸습니다. 이러한 치료 옵션에 따라서 최근 등장한 표적치료제인 CDK 4&6 억제제와 호르몬 치료를 병용하는 방법은 현재 치료 환경을 많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완치가 가능한 조기 유방암 환자라면 조기부터 최대한 완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Q.최근 개발된 CDK 4&6 억제제가 기존 치료법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CDK 4&6 억제제는 호르몬수용체 양성/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유형에 사용됩니다. CDK 4&6 억제제들은 호르몬요법과 병용 시 호르몬요법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무진행생존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연장시켰고, 이 중에서는 전체 생존 기간을 유의하게 연장시켰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예후가 나쁜 경우 전체 생존기간이 3~6개월 정도만 연장돼도 좋은 성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진행생존기간 및 전체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결과입니다.

Q.치료 시 주의사항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환자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에는 최소 1~3개월 약제를 처방받고, 호르몬제 단독 사용 시 재발하지 않도록 보조적 치료제와 함께 처방받습니다. 여기에 CDK 4&6 억제제를 사용하면 4주에 한번 진료받아야 합니다. 초기에는 2주 간격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CDK 4&6 억제제 역시 세포 주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골수기능 저하, 피로, 설사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세포 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덜합니다.

CDK 4&6 억제제는 기존의 세포 독성 항암제나 기타 표적치료제의 사용상 주의사항과 비교해 보아도 부작용 부담이 덜한 편인데, 4기에 해당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일상을 유지하면서 병원에 외래진료를 받으며 암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능해졌습니다.

Q.환자 중에서도 긍정적인 사례가 있는지.

-오히려 유방암이 치료가 쉬운 질환이라는 오해받을 정도로, 외래 환자 중에서도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보인 사례들이 있습니다. 환자 중에는 진료 중에 가발, 화장품, 매니큐어, 피부과 진료 등에 대해 묻기도 하죠.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비교적 전체 생존 기간이 긴 편이라 오랜 기간 치료가 이뤄지므로, 환자들에게 심리적 건강을 유지할 것을 당부하고 있죠. 40~50대에 발생률이 높은 유방암 특성 상 사회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Q.유방암환자에게 당부하고자 하셨던 것이 있다면.

-첫째, 지금의 주치의를 충분히 신뢰하라는 것입니다. 병에 관해서는 가장 많이 연구하여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죠. 특히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평균 이상인,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둘째, 낙관적인 성격을 가지셔야 합니다. 낙관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낙관적 생각을 유지할 때 더욱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올 것입니다.

셋째, 새로운 치료 기회를 위한 정보를 찾는 것, 더 나아가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에 대한 정보도 주치의와 상의해 보길 권합니다. 식습관 정보에 대해선 지나치게 상업적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긴장의 끈은 놓지 않되, 희망을 가지고 치료해야 합니다.​

박연희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유방암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유방암을 전문분야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적화된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2019년 ‘젊은 나이에 발생한 유방암의 생물학적 동태 및 특성분석’ 과제를 센터장으로 리드 하여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에 올렸으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의 다기관 임상시험인 Young PEARL 연구로 미국 임상암학회 구연으로 발표하여 아시안 폐경전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 기여했다. 또한 미국임상 암학회, 대한 항암요법 연구회 유방암분과 위원장, 대한 암학회, 한국임상암학회, 대한 내과학회 정회원으로 등으로 활약하며 국내 외 왕성한 학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사입력: 2020/08/03 [11:15]
최종편집: ⓒ 국민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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