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불매 옛말…조직화·일상화 된 NO재팬 김석순 2019.08.13 08:40



 

매일경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불러온 불매운동 파급력이 들불 번지듯 확산하고 있다.

한 달 이상 지속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경영 실적이 악화돼 문을 닫는 유니클로(일본 의류 브랜드) 매장이 생기는 한편 문재인정부의 대(對)일본 대응을 비난하는 영상을 직원들에게 틀어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기업 경영 일선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 입김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이를 성숙한 문화운동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불매운동이 과거와 다른 점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기반으로 정보가 공유돼 확산 속도와 범위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고 폭넓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는 움직임 등을 보였을 때는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오프라인상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불매운동은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기반으로 전방위적 참여가 일어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지난 2~6일 자사 홈페이지에서 고교생 회원 372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78.2%가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달라진 불매운동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소비자 특성 변화를 꼽는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매운동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밀레니얼 세대는 '참여 DNA'를 바탕으로 단순히 제품 구매를 넘어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특성을 지닌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소비자 특성이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이 진정성을 갖춘 윤리의식을 추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혐한 발언이 알려진 직후 국내 헬스&뷰티(H&B) 스토어 롭스(LOHB's)와 올리브영, GS리테일 등에서 DHC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도 소비자의 적극적 행동이 이끌어낸 긍정적 사례다.

한편 시민단체들도 집회를 벌이는 것을 넘어 공공기관에 일본 제품 사용 중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최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일본 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안업체에 시설 보안을 맡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업체는 1980년대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본 측은 경영 참여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것이라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으며 이사회를 통해 한국인 사장이 선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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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상공간을 통해 이어지는 근거 없는 저격과 무분별한 소문 확산이 애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SNS상에 떠도는 불매운동 제품 리스트에 이름이라도 오르는 날에는 매출 하락을 피할 길이 없어 일본 회사와 협업하는 제품과 사업 전반 마케팅은 모두 접은 상태"라며 "소비자들에게 정보가 오픈돼 있고 그 파급력이 너무 커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네티즌 한 명이 대통령의 권력도 무너뜨릴 힘을 갖게 됐다"며 "모든 주체가 조심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 사회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매운동의 긍정적 측면은 살리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화 움직임을 갖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기업 내부 일에 소비자가 일일이 관여하기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간을 갖고 후속 움직임을 취하는 성숙한 불매운동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사입력: 2019/08/13 [08:40]
최종편집: ⓒ 국민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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